자산어보
개요 : 드라마(한국)
평점 : 네티즌(9.34), 관람객(9.03), 평론가(7.0)
감독 : 이준익
출연 : 설경구(정약전), 변요한(창대)
등급 : [국내] 12세 관람가
"이 양반은 대역죄인이니 너무 잘해줄 생각 말어."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그 곳에서 바다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이에 바다를 훤히 알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창대가 혼자 글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거래라는 말에 창대는 못이기는척 받아들인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간다
"너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그러던 중 창대가 출세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약전은 크게 실망한다
창대 역시 정약전과 뜻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약전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길 결심하는데...
정약용이 아니라 왜 정약전이었을까
흑백의 화면에 넓게 펼쳐진 바다 위 떠 있는 돛단배
그 위에 유배길에 들어선 정약전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데 왜 정약용이 아니라 왜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부터 들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그 시대나 지금이나 훨씬 인지도 있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물이 바로 정약용 아닌가?
영화를 보며 알아내고 싶었다. 영화를 만든 이의 의도를 말이다.
역사를 깊이 알지 못해 정약전이 정약용과 어떤 관계인지부터 궁금증이 일었다.
아들인가? 삼촌인가? 같은 돌림자를 쓰는 것이 형제일 확률이 높았다.
찾아보니 이러하였다.
큰 형 : 정약전
둘째형 : 정약종
막내 : 정약용
조선 후기 진주목사 정재원의 삼남으로 모두 당시 서학으로 불리던 천주교 신자였다. 신유박해 때 둘째 정약종은 참수형을 당했고 정약전과 정약용은 유배보내져 뛰어난 저술을 남겼다고 한다. 인물한국사에 따르면 정약용에겐 평생 두 명의 멘토가 있었는데 한 명은 정조였고 또 다른 한명이 바로 정약전이었다. 정약용은 어린 시절 부터 형 정약전을 잘 따랐고 유배시절에도 심적인 의지를 많이 하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는 정약전이 죽고난 뒤 애통해하며 쓴 글에 잘 드러난다.
" 외로운 천지 사이에 우리 손암(정약전) 선생만이 나의 지기였는데, 이제는 잃어버렸으니 앞으로는 비록 터득하는 바가 있더라도 어느 곳에 입을 열어 함께 말할 사람이 있겠느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차라리 진작에 죽는 것만 못하다. 아내도 나를 알아주지 못하고 자식도 나를 알아주지 못하고 형제 종족들이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처지에 형님이 돌아가셨으니 어찌 슬프지 않으랴." -정약용의 다산산문집 중-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문에 대한 편지로 이어가던 애틋한 우애가 영화 속 장면마다 느껴진다. 정약용보다 더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혀 정약용보다 더 먼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 정약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그 어느 곳도 할 수 없는 검은 섬 흑산. 그 곳에서 그는 자산어보를 집대성한다.
영화 속 창대는 말한다. 물고기 그 까짓게 뭐라고 그렇게 목숨걸고 책을 쓰냐고. 당신도 목민심서, 경세유표와 같은 멋진 책 좀 쓰라고 말한다. 그 때 정약전이 말한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양반도 상놈도 없는 세상이고 임금도 백성도 차별이 없는 세상이라고. 그런 자신이 어떻게 임금을 찬양하고 현 체제를 인정하는 글을 쓰겠냐는 눈빛을 내비친다. 정약전은 급진적 개혁파였다. 그의 사상은 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이상적 공산주의 체제를 꿈꿨던 것이다. 임금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하였던 당시 세상에 임금을 부정하는 정약전의 사상은 가히 위태롭고 위험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꿈꾼다. 차별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말이다. 진정으로 너와 내가 상생하고 행복하며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정약전은 너무나도 똑똑했고 동시에 세상을 앞서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것도 도모할 수 없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곳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거라곤 바다생물을 조사하는 것뿐이었다. 또한 그가 진실한 뜻을 조금이라도 내비쳐 임금이 있는 세상을 부정했다면 그는 그나마 목숨마저 부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정약용도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서학의 학문을 받아들였단 이유로 서학쟁이로 불리고 탄압받는 것도 모자라 가문의 씨를 말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정약전은 알고 있었다. 세상이 자신의 뜻 하나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없음을 말이다. 사랑하는 동생을 살리고 백성과 어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자산어보를 집대성하는 그의 의도는 왜 정약용이 아니라 정약전이었는지 무릎을 치게 했다. 기득권의 정권유지와 출세를 위한 책을 집필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를 벗어나 진짜 백성을 위한 글을 썼던 정약전이야말로 정말 큰 사람이다. 좀 더 나은 세상에 차별없이 행복한 세상을 꿈꿨던 정약전과 같은 사람들의 바람들이 이어져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동시대의 사람들과 후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그의 뜻을 말이다 . 간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당신에게 적극 추천한다. 역사를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내미가 있다면 더더욱 부자애를 다질 수 있는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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